♤조현신경정신과♤


:: 정신병 환자의 자녀는 건강한가?
조현 (2004-10-15 11:34:55, Hit: 7191, Vote: 813)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 혹은 그 가족들이 ‘병이 유전이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최근엔 정신질환의 유전경향에 대해서 완전히 무시를 하지는 않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유전병이라는 말이 아니라 부모의 병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10여 년 전에 정신병 진단을 받은 35세의 여자 환자가 친정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환자의 행색은 초라하였고 머리는 감지 않아서 기름때에 찌들었으며, 옷차림도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였지요. 피해망상으로 대인관계도 원활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워낙 위생상태가 나빠서 사회생활을 순조롭게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입원을 권유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환자의 등에 업힌 9개월 된 딸 때문이었습니다. 9개월이면 한창 귀염을 받고 귀여운 행동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 아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선 아이의 발육 상태부터 좋지 못하여 마치 4, 5개월 정도의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얼굴엔 열꽃처럼 붉은 반점이 여러 군데 있더군요. 옷은 벌써 며칠을 갈아입지 못한 것처럼 더러워서 냄새가 심했습니다. 아이를 업은 포대기엔 언제 싼 것인지 모를 오줌자국이 얼룩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아이가 낯선 곳에 와서인지 많이 보채며 울었습니다만 아이를 업은 환자는 아이를 달랠 생각을 못하더군요.
  이 환자의 경우 재활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중에 그곳에서 치료 받던 남자 환자를 만나 사귀게 되었습니다. 외로워하던 두 사람은 동거를 하게 되었고 결국 아이를 낳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의 무관심과 환자의 부담이 다시 환자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지요. 환자 맘으로는 아이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데리고 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늦게 얻은 자식이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말이죠.

  정신분열병의 경우 통계학적으로 분석을 해본 결과, 부모 중에 한명이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자녀들 중 12%에서, 양친이 모두 환자인 경우 자녀들 중 46%정도에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보통사람들의 경우 인구의 약 1%정도에서 정신분열병이 발병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위에서 말한 경우도 양친이 모두 정신분열병인 환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말한 아이가 정신분열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무척 열악한 가정환경에 처해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한창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할 나이인데 정서적인 끈끈한 연결고리가 끊어지거나, 느슨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아이의 신체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성장 발달에 많은 장애를 초래할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지요. 때문에 이런 요인이 후에 정신병 발병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가정은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46%라는 무시무시한 분석 결과가 얻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전적인 면에 대해서 염색체 분석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면 정신병이 생기더라는 여러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이 역시도 현재는 가설에 불과합니다. 여러 정신질환의 원인이 많이 밝혀지고 있지만, 유전적인 면에 대해서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정신질환자가 다른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결혼 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정신질환이 유전병이라서가 아니라, 양육을 한다는 것이 손쉬운 것이 아니라서 많은 노력과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추스르는데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환자들이 양육을 충실히 하기에는 벅찰 것이라는 생각에서지요. 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많은 희생을 각오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정이 보다 안정되게 꾸려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간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성간의 사랑, 사람간의 애정은 환자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비록 환자간의 결혼이라도 서로간의 애정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를 봐 왔으니까요. 다만 이 경우에는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로 합니다. 저에게 입원한 환자의 경우에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이 좀더 적극적이었다면 환자가 짊어져야할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더군요. 그러면 재발이 그렇게 손쉽게 되지도 않았을 것 같고.

  저는 정신질환자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정신질환자들의 자녀도 건강합니다. 많은 보살핌과 애정이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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